Post by 박종호

Executive Director, Merchandising | 신선식품·수산·축산·델리·HMR 소싱 총괄 | 대형마트·이커머스 MD 임원 | Ex-Lotte Mart | Global Sourcing · Private Brand

동서고금 병법으로 읽는 유통 승패의 원리 100선 승자의 병법, 패자의 흔적 36편 · 클라우제비츠 · 중심(重心, Schwerpunkt) .적의 무게중심을 쳐라 클라우제비츠는 모든 군대에 '무게중심(Schwerpunkt)'이 있다고 봤다.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한 점. 힘을 거기에 모으고, 적의 그 점을 쳐라. 사방을 다 막으려는 군대는, 어디도 지키지 못한다. 그가 평생 관찰한 인물이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의 무게중심은 단 하나, '적의 주력군(主力軍) 섬멸'이었다. 영토도 도시도 부차적이었다. 기업의 무게중심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한 가지'다. 코스트코의 중심은 '극단적 구색 축소 × 회원제'다. 대형마트가 4~5만 SKU를 깔 때 코스트코는 4천 개만 깐다. 한 품목당 물량이 압도적이니 원가가 내려가고,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아도 회원비로 이익이 난다. 상품에서 벌지 않겠다는 결정 하나가, 모든 것을 지탱한다. 올리브영의 중심은 'H&B 카테고리 지배'다. 화장품과 헬스케어 한 곳만 깊게 팠다. 식품도, 잡화도, 패션도 벌리지 않았다. 그 결과 국내 뷰티 신인 브랜드가 데뷔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됐다. 얕고 넓은 흉내가 아니라, 하나의 모델을 끝까지 민 결과다. 중심을 잃으면 거인도 무너진다. 미국 시어스(Sears)는 한때 미국인의 삶을 카탈로그로 배달하던 유통의 제왕이었다. 그러나 후반부의 시어스는 유통을 키우는 대신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굴리는 데 골몰했다. 본업의 매대가 비어가는 동안 대차대조표만 매만졌고, 결국 파산했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본업이 흔들릴 때 잡화·헬스&뷰티·창고형 전문점을 문어발처럼 벌렸다가 대부분 접고 본업으로 돌아온 것도, 같은 교훈이다. 나의 무게중심은 소싱이었다. 정확히는 '중간을 없애는 일' — 국내에서는 산지 직거래, 해외에서는 현지 직소싱. 산지의 생산자와 직접 마주 앉고, 해외의 원물 공장을 직접 찾아가 계약했다. 그 한 점만 파고들었다. 품목을 넓히자는 이야기는 매년 나왔다. 그러나 넓히는 순간 산지 관리가 무너진다는 걸 알았다. 직거래의 힘은 '많이 다루는 것'이 아니라 '깊이 아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어느 밭의 작황이 나쁜지, 어느 선단이 언제 조업을 나가는지, 그 공장의 라인이 몇 시에 서는지 — 그걸 아는 사람만 가격을 만들 수 있다. 지켰기에 구조가 됐고, 그 구조가 카테고리 전체를 끌고 갔다. 이기는 조직은 이기는 방식이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겹도록 반복한다. 전략은 무게중심을 지키고, 키우고, 적의 그것을 치는 일이다. 다 잘하려는 순간, 중심은 사라진다 사업의 무게중심은 무엇인가 — 그리고 그것은 지금 더 단단해지고 있는가, 아니면 조금씩 넓어지며 옅어지고 있는가? — 다음 편: 클라우제비츠 · 마찰(摩擦) — 계획과 실행 사이엔 마찰이 있다. #유통전략 #클라우제비츠 #핵심역량 #코스트코 #올리브영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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