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오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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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텍스트의 무기화: 현대 중동 국가는 어떻게 문학을 통제와 억압의 청사진으로 조작했는가 고대의 종교 텍스트들은 본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 공동체의 내부 결속과 사회적 관리를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목적론적 서사이자 문학 작품이다. 그러나 현대 중동의 국가 권력은 이 고대의 '사회 공학적 청사진'을 자본과 영토를 통제하기 위한 폭력적인 국가 이데올로기로 탈바꿈시켰다. 텍스트의 문학적 은유는 헌법이 되었고, 고대의 서사는 현대의 학살과 지정학적 패권 투쟁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로 전락했다. 종교적 서사가 철저히 정치경제학적 목적을 위해 어떻게 왜곡되고 재조립되었는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형성 및 유지 과정을 통해 해부한다. 1. 이란: 순교의 문학에서 신정-군산복합체 이데올로기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성립은 시아파의 오랜 종교적 텍스트와 서사를 권력 장악의 도구로 완벽하게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카르발라 전투에서 벌어진 후세인의 죽음은 원래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피지배층의 영적, 문학적 모티프였다. 그러나 1979년 혁명 이후,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 문학적 서사를 '벨라야테 파키(Velayat-e Faqih, 최고지도자론)'라는 전대미문의 정치 권력 구조로 치환시켰다. 고대의 텍스트는 혁명수비대(IRGC)라는 거대한 군사 및 경제 복합체의 탄생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되었다. 이스라엘과의 끝없는 대리전(Proxy War)과 레반트 지역 전역으로 확장되는 지정학적 군사 개입은 '시아파 초승달'이라는 신성한 임무로 포장되지만, 그 본질은 이란 체제의 내부 모순을 외부로 돌리고 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철저한 정치경제학적 계산이다. 종교 텍스트는 이 거대한 폭력 기구를 가동하는 이데올로기적 연료로 소모되고 있다. 2. 사우디아라비아: 부족 연맹의 서사에서 자본의 세탁기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 서사는 이븐 사우드 가문의 군사력과 무함마드 이븐 압드알와하브의 교리적 텍스트가 결합한 노골적인 이익 교환의 산물이다. 와하비즘이라는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텍스트 해석은 초기 사우디 국가가 아라비아반도의 다양한 부족들을 무력으로 통합하고 왕정의 절대 권력을 정당화하는 효과적인 '인구 통제 매뉴얼'로 기능했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서사의 자의적 해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의 지정학적 기류에 올라타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글로벌 자본과 거대 기술 플랫폼의 인프라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배타적 종교 서사는 철저히 수정되거나 은폐되고 있다. 왕실의 필요에 따라 텍스트의 의미는 엄격한 통제의 도구에서 '온건한 이슬람'이라는 글로벌 투자 유치용 브랜딩으로 하루아침에 재편집된다. 텍스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편입을 위해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3. 이스라엘: 정체성의 문학에서 배타적 영토 팽창의 무기로 이스라엘의 시오니즘 서사는 고대의 '약속의 땅'이라는 문학적, 신학적 모티프를 19세기 유럽의 민족주의 국가 모델과 결합하여 만들어낸 근대적 발명품이다. 유대인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고 디아스포라의 상실감을 위로하기 위해 쓰인 목적론적 서사는, 팔레스타인 선주민을 축출하고 토지를 몰수하는 식민주의적 정착 프로젝트를 합리화하는 문서로 왜곡되었다. 오늘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인프라 파괴와 구조적 폭력은, 이 텍스트가 어떻게 첨단 군사 기술 및 사모펀드의 자본력과 결합하여 억압의 물리적 실체로 구현되는지를 입증한다. 텍스트 속 '신의 약속'은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에게 타자의 인권을 지워버리는 백지수표로 작동한다. [종합] 권력의 알리바이가 된 고대의 문학 중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비극의 본질은 이른바 '문명 간의 충돌'이나 '천년의 종교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 집단이 고대의 문학적 텍스트를 대중을 통제하고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사회 공학적 도구로 무기화한 결과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체제, 사우디의 왕정 자본주의, 이스라엘의 군사적 점령은 겉보기에는 각기 다른 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기저에는 고대 텍스트의 서사를 탈취하여 현대의 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소름 돋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신성한 텍스트들은 애초에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 아니었음에도, 국가 권력은 이를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 사실'로 둔갑시켜 억압의 도구로 사용한다. 이데올로기로 전락한 서사의 껍질을 벗겨낼 때 비로소, 그 뒤에 숨어 글로벌 자본과 군사력을 통제하려는 냉혹한 정치 권력의 민낯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