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양시열

팀이 도구에 맞추는 CRM이 아니라, 목표를 말하면 달성되는 CRM | PO @ Salesmap

10년 쓴 세일즈포스를 버리고 CRM을 직접 만든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런칭 후, 팀마다 반응이 갈렸습니다. 최근 Buzzvil의 자체 CRM ‘버즈포스’ 전환기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1억 원 라이선스를 걷어내고 세 달 만에 전사 업무를 자체 CRM으로 교체한 이야기인데, 제 눈에 밟힌 건 마지막 대목이었습니다. 같은 시스템으로 갈아탔는데 — 세일즈팀은 “기존 업무를 문제없이 이어갈 수 있다”, 미지근했습니다. 재무팀은 “업무가 많이 효율화되었다”, 뚜렷했습니다. 차이는 성능이 아니라 제품화의 단위였습니다. 세일즈팀 화면은 세일즈포스처럼 엔티티 중심으로 옮겨졌습니다. Contact, Account, Opportunity — 데이터 뭉치의 이름이 메뉴가 되고,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조회합니다. 재무팀 화면은 유스케이스(업무) 중심으로 다시 설계됐습니다. “매입 세금계산서와 기회를 매칭한다” 같은 액션 하나가 페이지 하나가 되고, 자동화가 붙었습니다. 데이터는 같습니다. 일의 단위로 조립해주었는지만 달랐습니다. 이게 남 얘기가 아닌 게, 모든 범용 SaaS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CRM 메뉴를 보세요. 연락처, 회사, 리드, 딜. 전부 데이터 뭉치(엔티티)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콜 내용 남겨야지”, "견적서 보내야지" “입금 확인해야지”. 전부 유스케이스의 이름입니다. 범용 SaaS가 엔티티 중심인 건 게으름이 아니라 숙명이었습니다. 수천 개 회사의 서로 다른 업무를 하나의 제품에 담으려면 공통분모로 추상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의 업무를 담는 대신, 누구의 업무도 아닌 화면이 된 것입니다. 그 간극을 지금까지는 사람이 몸으로 메꿨습니다. ‘콜 브리핑 남기기’라는 일 하나를 하려고 연락처 열고, 딜 찾고, 노트 쓰고, 필드 골라 입력해야 합니다. CRM 입력이 괴로운 진짜 이유입니다. 도구가 저장하는 단위와 내가 일하는 단위가 달라서, 매번 수수료를 몸으로 냅니다. 버즈빌의 답은 CRM을 직접 만들어 화면을 일의 단위로 다시 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CRM을 직접 만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CRM 회사(저희요)도 고객사마다 화면을 다시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여기가 에이전트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화면을 다시 만들 수 없다면, 화면 위에 유스케이스 계층을 얹으면 됩니다. “방금 콜 끝났는데 다음 주에 데모 하기로 했어” — 사람은 유스케이스로 말합니다. 에이전트는 그 말을 받아 연락처를 찾고, 딜 단계를 옮기고, 활동을 기록합니다 — 엔티티로 입력합니다. 클릭 열 번이 발화 한 번과 확인 한 번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화면 대신 에이전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은 모두를 위해 만들 수밖에 없지만, 에이전트는 한 팀의 업무에 맞출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그리는 다음 CRM은 메뉴가 더 많아진 CRM이 아니라, 우리 팀의 일을 알아듣는 에이전트가 앞단에 선 CRM입니다. 여러분 업무 중에도 “일은 하나인데 클릭은 열 번”인 일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불편하셨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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