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Soohyun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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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classifies, and it classifies the classifier." — Pierre Bourdieu, Distinction (1984) 같은 사물도 어느 맥락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갖습니다. 같은 페인트 한 통이, 철물점 선반에 놓일 때와 작가의 전시장 벽에 놓일 때,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물건은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놓인 자리뿐입니다. 저는 8년 동안 이 한 가지를 붙들고 일했습니다. 페인트라는 평범한 산업재를, 다른 자리에 놓는 일. 처음 회사 안의 통념은 분명했습니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브랜드는 따라온다는 것.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페인트는 끝까지 '벽에 바르는 물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는 색을 사지 브랜드를 기억하지 않고, 한 회사의 빨강은 다른 회사의 빨강과 거의 구별되지 않으니까요. 깡통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차이는, 시장에서는 없는 차이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무엇을 더 만들까가 아니라, 이 브랜드를 어디에 놓을까. 미술관에 걸린 변기는 작품이 되고, 화장실에 놓인 변기는 변기입니다. 페인트도 마찬가지라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을 처음 실행한 건 어느 작은 디자인 페어에서였습니다. 스무 명 남짓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저는 페인트를 납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색을 제안했고, 그들은 각자 자기 브랜드에 맞는 색을 직접 골랐습니다. 우리 로고는 어디에도 크게 걸리지 않았지만, 그 공간의 색은 우리가 함께 고른 색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페인트를 '파는 물건'이 아니라 '놓는 것'으로 다뤄본 날이었습니다. 이 방향을 몇 년간 반복하자, 브랜드를 부르는 말이 달라졌습니다. 페인트 제조사 대신, 색을 다루는 문화 브랜드라는 말이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이 극적으로 바뀐 게 아닙니다. 달라진 건 놓이는 자리였고, 그 자리가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건 페인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커피도 편의점 매대와 카페에서 다른 것이 되고, 같은 옷도 노점과 편집숍에서 다른 것이 됩니다. 우리는 늘 '무엇을 더 잘 만들까'를 고민하지만, 브랜드의 운명을 가르는 질문은 '이것을 어디에 놓을까'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드는 일은 절반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것을 어디에 놓을지 정하는 일입니다. #브랜드큐레이터 #브랜드마케팅 #브랜드포지셔닝 #아트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