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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11월 공개된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다큐멘터리, 'The Thinking Game'의 조회수다. 공개 1년이 채 안 된 시점의 숫자다. AI 인물 다큐가 이런 반응을 얻은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때부터였다. AI 씬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내면과 서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 이번에는 허사비스를 정리해 본다.
1.
허사비스는 4세에 체스를 배웠다. 아버지와 삼촌이 두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다가 자기도 하겠다고 나섰다. 2주 뒤, 둘 다 이겼다.
2.
8세에는 체스 대회 상금으로 인생 첫 컴퓨터를 샀다. 그 컴퓨터로 오셀로 게임 프로그램을 짰다. 13세에 마스터 등급, 14세 이하 세계 랭킹 2위, 잉글랜드 주니어 국가대표 주장. 체스 신동이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상금이 입금되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3.
17세에 게임 회사 불프로그에 입사해 베스트셀러 '테마파크'를 프로그래밍했고, 훗날 자신의 게임 회사 엘릭서 스튜디오를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충분히 넓은 게임'을 발견한다. 인간의 지능 그 자체를 이해하는 일. 케임브리지에서 컴퓨터공학을, 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를 마친 그의 이력은 체스에서 게임을 거쳐 뇌 과학에 이르는 하나의 직선이다.
4.
일론 머스크가 틈만 나면 디아블로에 빠지듯, 허사비스도 지독한 게임광이다. 다만 그의 게임은 더 오래된 종류다. 체스를 넘어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 종합 우승 5회. 보드게임 전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사람이 바둑에 주목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설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본성이다.
5.
그러고 보면 AI 연산의 심장이 된 엔비디아의 GPU도 게이머들을 위해 태어났다. AI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놀랍도록 자주 '게임'과 마주친다. 언젠가 이 기묘한 공생 관계를 따로 추적해 보고 싶다.
6.
2010년, 허사비스는 딥마인드를 세웠다. 사명은 단순했다. "지능을 해결하라. 그리고 그것으로 나머지 모든 것을 해결하라." 투자자들에게 내민 사업 계획은 거의 희극적으로 대담했다고 전해진다. 큰 사명은 원래 처음엔 농담처럼 들린다.
7.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대목은 여기다. 구글과의 합병이니 당연히 미국으로 갈 줄 알았다.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약 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을 때, 허사비스는 조건을 걸었다. AI 윤리에 대한 독립적 접근을 보장할 것. 이를 위해 런던에 남겠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연구 기관 고유의 조직문화를 지켜냈다.
8.
2020년, 알파폴드2가 50년 묵은 생물학의 난제인 단백질 구조 예측을 풀어냈다.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3차원 구조를 실험실 수준의 정확도로 예측했고, 그 결과를 전 세계 연구자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2024년, 이 업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함께 고뇌한 팀 멤버 존 점퍼와 공동 수상이었다. 리더 혼자가 아니라 팀과 함께 받았다는 사실이 오래 남는다. (문득 궁금해졌다. HBM을 만들어 낸 하이닉스의 팀장은 왜 노벨상을 못 받을까.)
9.
구글의 AI 모델 이름은 왜 하필 '제미니(Gemini)', 쌍둥이일까. 구글에는 이미 '구글 브레인'이라는 강력한 연구소가 있었다. 여기에 런던의 딥마인드가 합쳐지며 하나의 모델이 태어났다. 두 개의 두뇌, 그래서 쌍둥이다. 그 결합의 창끝을 지금 딥마인드가 쥐고 있다.
10.
그런 그가 요즘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은 의외로 '철학'이다. "위대한 철학자가 필요합니다. 다음 세대의 칸트, 비트겐슈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디에 있습니까?" 스탠퍼드 강연에서 그는 덧붙였다. "무엇이 덕이고, 무엇이 의미이고, 무엇이 목적인가. AGI는 인간 조건 자체를 바꿀 것입니다. 그 다음 단계로 사회를 안내하려면 위대한 철학자들이 필요합니다." 연산의 속도를 성찰의 깊이가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결론.
다큐로 시작된 허사비스에 대한 관심은 그가 조승연과 인터뷰한 영상 SBS, KBS 다큐까지 찾아보는 집착으로 이어졌다. 그는 누군가와 갈라져 자기 길을 간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기만의 게임을 설계한 사람이었다. 한국에는 누가 그 역할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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