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NoAh Han

SAS Engagement Manager, Global Consulting Business Development Technology Practice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떤 모델이 가장 똑똑한가?”가 아니다. 점점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같은 일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끝낼 수 있는가?”이다. 물론 성능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모델이 많아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절대적인 성능에서 가격 대비 성능과 실제 업무 처리 비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Meta가 공개한 Muse Spark 1.1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Meta의 첫 유료 퍼블릭 모델 API로, 가격은 100만 토큰당 입력 1.25달러, 출력 4.25달러다. GPT-5.6 Sol의 가격이 입력 5달러, 출력 3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입력 가격은 정확히 4분의 1이고, 출력 가격은 7분의 1 수준이다. 프런티어급 모델 시장에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별 사업 구조의 차이도 작용한다. OpenAI와 Anthropic도 API뿐 아니라 구독, 엔터프라이즈 계약과 개발자 제품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핵심 수익은 여전히 모델과 AI 서비스의 직접적인 상용화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반면 Meta와 Google은 광고, 클라우드, 플랫폼, 디바이스 등 이미 거대한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AI 모델을 반드시 독립적인 고수익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더라도, 기존 서비스의 경쟁력과 이용 시간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면, AI 비용을 다른 사업에서 보조할 수 있는 빅테크가 구조적으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성능, 안정성, 개발자 경험과 유통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더 강력한 가격 압력은 중국에서 오고 있다. ICLR 2026 데이터를 보면 중국 소재 연구기관과 저자들의 기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의 AI 연구 역량과 연구자 저변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첨단 GPU에 대한 접근은 미국의 수출통제로 여전히 제한적이고 정책적 불확실성도 크다. 최근 일부 H200의 제한적인 중국 공급이 시작됐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Qwen, GLM, DeepSeek 같은 모델들은 상당한 성능과 매우 공격적인 가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DeepSeek V4 Flash의 공식 API 가격은 100만 토큰당 0.14달러, 출력 0.28달러다. GLM-5.2도 입력 1.4달러, 출력 4.4달러 수준이다. 모델과 평가 조건에 따라 성능 차이는 존재하지만, 중국 모델이 글로벌 토큰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모델과 하네스의 분리다. 개발자는 반드시 모델 제공업체가 만든 인터페이스만 사용할 필요가 없다. LiteLLM과 같은 AI 게이트웨이를 이용하면 100개 이상의 모델 제공업체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연결하고, 라우팅·비용 추적·폴백 정책을 구성할 수 있다. 그 결과 일부 개발자들은 Claude Code, OpenCode, Codex류의 뛰어난 코딩 에이전트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작업에 따라 더 저렴한 모델로 기반 모델을 교체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Anthropic 역시 가격 대비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Claude Sonnet 5는 고난도 설정에서 일부 에이전틱 검색과 컴퓨터 사용 작업에서 Opus 4.8 수준에 도달한다. 모든 영역에서 Opus와 동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전 Sonnet 세대와 비교하면 성능과 비용의 균형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프로모션 가격은 입력 2달러, 출력 10달러이며, 2026년 9월부터 적용되는 표준 가격도 입력 3달러, 출력 15달러다. 많은 데모, 프로토타입과 일반적인 코딩 작업에는 이미 충분히 강력한 선택지다. GPT-5.6 역시 Sol, Terra, Luna로 가격과 성능 구간을 나눴다. 특히 Luna는 입력 1달러, 출력 6달러로 제공된다. 이제 모든 작업에 최고급 모델을 호출하는 대신, 어려운 판단에는 고성능 모델을 사용하고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에는 저렴한 모델을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물론 모델이 저렴해졌다고 해서 개발 지식과 엔지니어링 판단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요구사항 정의, 아키텍처, 보안, 테스트와 검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아무리 좋은 모델을 사용해도 결과는 불안정할 수 있다. 좋은 모델은 엔지니어링 역량을 증폭시키지만, 아직 그것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변화의 방향은 명확하다. 과거에는 충분한 토큰 예산과 인프라를 가진 기업만 여러 에이전트를 장시간 운영할 수 있었다. 이제는 개인 개발자와 작은 팀도 여러 모델을 조합해 에이전트 팀을 구성하고, 실제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다. AI 시장에서도 일종의 제번스 역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토큰 한 개의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서 전체 AI 비용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은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더 많은 에이전트와 더 긴 워크플로를 실행하면서 전체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결국 다음 경쟁의 승자는 반드시 단일 벤치마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모델, 하네스, 라우팅, 평가, 도메인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기업과 개인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능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위에 가격 경쟁과 시스템 설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I #LLM #AgenticAI #AIEngineering #Token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