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Lucas Park

BD Manager | Early-Stage Asset LI/LO | Creating Therapeutic Opportunities

미국을 휩쓰는 펩타이드 열풍, 과학과 시장 사이의 거리 요즘 미국발 기사를 보면 펩타이드 이야기가 유난히 자주 걸린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2월에 "펩타이드가 어디에나 있다"며 현상을 정리했고, 같은 기자(Cassandra Willyard)가 넉 달 뒤 Nature에 "이 열풍에 과학적 근거가 있나"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화제가 안 되는데 왜 거기선 이게 사회적 이슈가 됐을까. · 미국에서 펩타이드는 지금 가장 뜨거운 건강 트렌드다. 주름을 펴고 근육을 키우고 신진대사를 끌어올리고 끊어진 인대까지 낫게 한다고 한다. 틱톡 인플루언서들이 펩타이드로 젊어졌다고 자랑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RFK Jr.)까지 "나는 펩타이드 애호가"라고 공언한다. 구글 검색량은 2024년 월 130만 건에서 2026년 월 800만 건으로 뛰었다. · 이 열풍은 갑자기 솟은 게 아니다. 오젬픽·위고비로 대표되는 GLP-1 비만약이 성공하면서 집에서 직접 주사를 놓는 일이 익숙해졌고, 그 낮아진 문턱을 다른 펩타이드들이 파고들었다. 공급처도 고급 longevity 클리닉부터 "연구용"을 내건 온라인 판매까지 넓게 퍼졌다. RFK Jr.가 이끄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흐름이 제도권 의학에 대한 회의와 맞물려 규제 밖 건강법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키운 것도 배경이다. · 펩타이드 자체는 새로운 물질이 아니다. 단백질과 같은 아미노산으로 이뤄지되 길이가 짧은(보통 50개 미만) 분자이고, 그중 상당수는 어엿한 약이다. 인슐린이 펩타이드고, 비만약 GLP-1(위고비·젭바운드)도 펩타이드다. FDA 승인 약 중 100개 가까이가 펩타이드이고 150개쯤이 임상 중이다. · 문제는 헬스장과 SNS에서 말하는 "펩타이드"가 이것들이 아니라는 데 있다. BPC-157, MOTS-c, TB-500 같은 미승인 화합물로, 약병에는 "연구용(for research use only)"이라 적혀 있다. 사람에게 쓰라고 허가된 게 아닌데도 주사로 맞는다. 한 연구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지금 자기 몸에 찔러 넣는 게, 내가 실험실 쥐한테 주던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중국산이라, 한 상원의원은 FDA에 불법 수입 단속을 요청하기도 했다. · 왜 하필 미국인가: 기사가 든 답은 의료 제도에 대한 불신이다. 의사와 과학을 의심하는 정서가 임계점을 넘으면서 사람들이 직접 해결책을 찾고, 인플루언서가 만든 "기적의 약" 이미지가 그 자리를 채운다. 기사는 이 현상을 한때 전 세계에 우후죽순 생겼던 줄기세포 클리닉에 빗댄다. 믿을 근거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큰돈을 자기 주머니에서 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 과학적 근거는 있나: 동물실험에선 가능성을 보인 게 많지만, 사람에게 듣는다는 증거는 빈약하다. MOTS-c는 쥐에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막고 수명까지 늘렸지만 회사는 다음 임상 자금을 못 구해 2023년 문을 닫았다. 조직 재생에 좋다는 BPC-157은 사람 데이터가 30명짜리 예비연구 세 건뿐이고, 안전성 장기연구는 아예 없다. · 순도도 들쭉날쭉하다. 한 검사 업체가 64개 판매처의 BPC-157 샘플 약 450개를 봤더니, 일부는 아예 BPC-157이 들어 있지도 않았고 들어 있는 것도 순도가 82~100%로 제각각이었다. 위험이 추상적인 것도 아니다. 2025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longevity 행사에선 펩타이드 주사를 맞은 두 명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둘 다 회복했다). 규제 밖에서 만들어지니 품질을 보증할 장치가 없다. · 그런데 FDA는 오히려 규제를 풀고자 한다. 2026년 4월 BPC-157, MOTS-c, TB-500을 포함한 12개 펩타이드를 조제 약국 제조 금지 목록에서 빼냈고, 7월에 자문위가 일부의 제조 허용 여부를 논의한다. 명분은 안전이다. 규제받는 약국이 만들고 처방을 거치게 하면 음지의 연구용 제품보다 낫다는 논리다. 케네디는 한 발 더 나가 "펩타이드는 보충제 같은 것"이라며 사전 안전성 시험 없이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기사가 마지막으로 짚는 건 구조적 역설이다. 한 전직 FDA 관료는 검증 안 된 약을 약국이 합법으로 팔게 되면 제대로 임상을 돌려 신약으로 키울 유인이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누구도 효과를 입증할 시험을 안 하니,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을 가를 근거가 영영 안 쌓인다. 실제로 MOTS-c 개발자는 투자자를 찾아다녀도 돈을 못 구한다. 한 longevity 연구자의 진단은 더 냉정하다. "이것들이 GLP-1만큼 잘 들었다면, 제약사가 진작 개발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