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YOUNG HOON KWON

C4IR Korea 팀장

AI 에이전트 도입의 성패는 모델보다 ‘어디서 일을 시키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나만의 AI 비서실을 만들고 비서관마다 이름과 역할을 정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맡기려면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열고 대화방을 찾아야 했다. 조직은 만들어놨는데 내가 비서실을 찾아가야 하는 구조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텔레그램에 ‘권영훈 비서실’ 그룹을 만들고, 비서관별 업무 공간을 나눴다. SNS비서관 이리스의 방에서는 전날 게시물의 Facebook, LinkedIn, X 반응을 검토했다. 같은 사실과 입장은 유지하되, 앞으로는 플랫폼의 독자와 형식에 맞춰 문안을 따로 작성하기로 했다. 브리프비서관 클리오의 방에는 정해진 시간마다 보고가 들어온다. 해외 지식인들의 새 글을 확인하고, 지금 내가 알아야 할 내용과 판단할 거리를 골라 가져온다. 강사비서관 케이론은 매일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나와 모든 비서관에게 강의한다. 엑스와 링크드인에서 찾은 최신 기술을 함께 공부하고, 새로 배운 내용은 각 비서관의 업무와 내 옵시디언 볼트에 남긴다. 한 비서관의 학습이 비서실 전체의 지식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비서관마다 별도의 텔레그램 계정을 만든 것은 아니다. 하나의 Hermes 안에서 역할과 업무 규칙을 구분하고, 텔레그램의 각 토픽을 업무별 사무실처럼 연결했다. 필요한 방에서 비서관의 이름을 부르면 해당 역할로 답한다. 직접 사용해보니 AI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AI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열고 기능을 찾고 명령어를 익혀야 한다면 AI는 가끔 시험해보는 도구에 머물기 쉽다. 평소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일을 맡기고 이동하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니, AI가 일상적인 업무 흐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먼저 묻지 않아도 정기 보고와 강의가 각자의 방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사람이 AI를 찾아가는 방식에서, 필요한 정보와 결과가 사람에게 찾아오는 방식으로 관계가 조금 달라졌다. 아직 이 비서실이 실제 업무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지, 결과의 품질을 얼마나 높이는지는 측정하지 않았다. 비서관이 틀리는 지점과 사람이 최종 판단해야 하는 부분도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를 조직에 도입하려면 더 화려한 화면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이 이미 일하고 대화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먼저다. 나는 지금 이 작은 운영 실험이 정말 재미있다. 날마다 새로운 업무 방식 하나씩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Post contentPost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