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by Estella Cho

삼성SDI·한국은행 출강 | DACH 비즈니스 이문화 교육·임원 코칭 | 오스트리아 15년 거주

«"Kein Deutsch, Sorry." (카인 도이치, 독일어 못해요.)» 열다섯 살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그렇게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독일어가 아니었다. «"Ching Chang Chong."» 그날 나는 결심했다. 죽도록 독일어를 공부하겠다고. 하지만 15년이란 세월을 독일어권에서 보낸 지금은 알게 되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완벽한 독일어가 아니라, 상대를 마주하는 눈빛이라는 것을. 대한민국 대기업의 글로벌 해외사업부 임직원과 주재원 예정자들을 코칭하다 보면, 가끔 예전의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투영될 때가 있다. 나 역시 완벽한 독일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시간이 있었다. 틀리지 않으려 애쓸수록 말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고, 문장보다 실수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독일어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것은 의외로 단순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독일어권 비즈니스에서는, 완벽한 문장보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눈빛이 먼저 기억되는 순간이 훨씬 많았다. 그 사실을 이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열다섯 살의 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독일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유학생이었다. 어느 날 이모의 심부름으로 SPAR(슈파: 오스트리아의 슈퍼마켓 체인)에 갔다. 손에는 "Zehn Semmel, bitte." (쩬 셈멜 비테, 셈멜 10개 주세요.)라고 적힌 쪽지 한 장만 들려 있었다. 간신히 주문을 마치자 갑자기 직원 두 명이 독일어로 말을 쏟아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Kein Deutsch, sorry." (카인 도이치, 독일어 못해요.) 그 순간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비웃으며 내뱉었다. "Ching Chang Chong." 어린 동양인 유학생이었던 내게는 오래도록 잊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눈물을 참으며 SPAR를 뛰쳐나온 나는 그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죽도록 독일어를 공부하겠다고. 그리고 다시는 누구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SPAR에 가지 않았다. 3년쯤 지나자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그 앞에 서면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고, 독일어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결국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러다 4년째 되던 해, 갑자기 SPAR에 가게 되는 일이 생겼다. 피할 수 없었다. 문을 열기 전까지도 심장이 뛰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 순간, 놀랍게도 그 직원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 서서 눈을 피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말했다. "몇 년 전 이 매장에서 저 두 사람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같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네요. 필요하다면 당시 있었던 일과 오늘 있었던 일을 함께 본사에 공식적으로 컴플레인을 접수하겠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곧 지점 매니저가 나와 상황을 확인했고, 내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를 조금씩 바꿔준 것은 완벽한 독일어가 아니었다. 상대의 눈을 피하지 않는 눈빛과 흔들리지 않는 태도였다. 돌이켜보면 자신감은 완벽해진 뒤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툰 채로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독일어권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문법이 아니라 눈빛(Blickkontakt)과 태도(Auftreten)다. 완벽한 독일어는 분명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를 마주할 용기를 내는 순간, 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독일어보다 눈빛이 먼저다. --- 독일어권 비즈니스에서 통하는 실전 글로벌 마인드셋의 모든 이야기는 7월 1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는 <완벽한 독일어보다 눈빛이 먼저다>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정식 출간은 7월 10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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